김민석 국무총리가 그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을 둘러싼 정부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 논란과 관련해 “정부의 사용자성을, 책임을 어디까지 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완돼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법 시행에 앞서 혼란을 우려해 “개별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해석지침을 내놨다. 법률이나 국회가 의결한 예산에서 정해진 근로조건 등 관련 사항을 집행하거나, 공공기관 등이 총액 인건비 내에서 자체 판단과 결정에 따라 운영되는 경우에 한해 정부의 사용자성을 부정했다. 안이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 부문을 상대로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가 쏟아졌고, 상당수 지방노동위가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노사 갈등의 불똥이 공공 부문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법 시행 한 달여 만에 공공 부문의 사용자성 범위 제한 필요성을 시사한 것부터 졸속 입법을 자인한 꼴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정부 대응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김 총리는 해당 법이 시행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례를 축적해가며 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총리실도 별도 설명을 통해 “당장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산업현장이 아수라장이 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간은 놔두고 정부만 슬그머니 빠져나가겠다는 것도 황당하다. 법 시행 한 달간 전국 1012개 하청 노조 소속 14만7000여명이 372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 판단이 나온 27건 중 19건(70%)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도 70%가 받아들여졌다. 산업현장이 사실상 노조 편향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버렸다. 포스코 등 일부 기업은 분리 교섭이 받아들여졌지만 쿠팡CLS 등은 불허되는 등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판이다.
여권은 기업 경영을 가로막는 불확실성부터 걷어내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 유지’라는 원론적 말만 되풀이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어제 조만간 노란봉투법 재개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김 총리도 보완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여당은 공공뿐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포함한 ‘노란봉투법 개정 협의체’ 구성에 나서야 한다. 사회·경제적 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업종별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교섭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