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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치유·관광공간으로 확대… 산림자원 다각도 활용해야”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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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수출 꿈꾸는 서경석 임업 경영인

전쟁 부상 입었던 아버지 대신
13살때 33만여㎡ 임야 ‘산주’로
임업 후계자·산림조합장 맡아
전문적인 능력 발휘 경영 개선

고향서 산림벤처가로 제2인생
살아있는 나무 위 작은집 건축
‘트리하우스’ 캠핑문화 첫 안착
나무 더 단단해지고 힐링 선사

간벌목에 AI 접목한 벌통 제작
해외 수출 길 열기위해 열공중
임업, 1차 벗어나 타산업 융복합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고부가가치의 나무를 수출하는 것이 꿈입니다.”

평생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매달려 온 서경석(68) 전 산림조합중앙회 상임감사는 대뜸 국산 목재를 외국에 판매하겠다고 했다. 풍부한 산림자원에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면 산림수출국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 전 상임감사는 산림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나라도 살고 지방도 산다고 강조했다.

서경석 전 산림조합중앙회 상임감사가 13일 강원 홍천군 내촌면 와야리 숲속에서 나무 위에 지은 트리하우스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서 전 감사는 “국내 최초로 트리하우스를 건축법에 맞게 지어 건축물 대장에 등재시켰다”며 “산림자원에 관광과 치유를 접목해 새로운 산림경영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천=남정탁 기자
서경석 전 산림조합중앙회 상임감사가 13일 강원 홍천군 내촌면 와야리 숲속에서 나무 위에 지은 트리하우스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서 전 감사는 “국내 최초로 트리하우스를 건축법에 맞게 지어 건축물 대장에 등재시켰다”며 “산림자원에 관광과 치유를 접목해 새로운 산림경영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천=남정탁 기자

산과 나무 곁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독림가(篤林家)는 13일 강원 홍천군 내촌면 와야리 산속에서 이뤄진 인터뷰 내내 임업이 단순한 1차 산업의 범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산업을 융복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와야리는 그가 2016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나무 위의 집, 트리하우스가 있는 곳이다. 도로변 계곡을 건너자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숲속 나무 위의 오두막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름드리 소나무 위에 집이 있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산림자원을 활용한 사례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서 전 감사는 임업에 종사한 것을 숙명이라고 여긴다. 그의 임업 인생은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산주(山主)가 되면서 시작됐다. 초등학생이 33만여㎡ 면적의 임야 주인이 된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해 전투 중 부상을 입은 국가유공자이다. 가장으로서 넓은 산을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서 전 감사 조부가 거동이 불편한 아들 대신 손자에게 조상 대대로 내려온 산의 책임을 맡겼다.

“할아버지께서 ‘나 죽으면 산을 잘 관리하라’고 하셨는데 어릴 때는 그 말씀이 나무 잘 심고 풀 잘 베라는 것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평생 나무 심고 관리하는 일에 전념했어요. 그런데 나이 들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할아버지 말씀은 선산 잘 돌보고 제사 때 술 잘 올리라는 뜻이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할아버지 유지를 잘 따른 덕에 임업 전문가로 살게 됐네요.”

서경석 전 산림조합중앙회 감사 /2026.04.13 홍천=남정탁 기자
서경석 전 산림조합중앙회 감사 /2026.04.13 홍천=남정탁 기자

그는 1992년 임업후계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임업인의 길을 걸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 대신 산 관리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지역에서는 나무박사로 통했다. 산림에 대한 열정은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임업후계자 홍천군지회 초대 회장을 지낸 그는 2000년 홍천군 산림조합장에 당선됐다.

당시 산림조합은 정부의 정책 자금을 집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조합장이 조합을 운영할 여지가 거의 없었고 조합원에 대한 혜택도 변변치 않았다. 그는 조합장에 당선되자마자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임야는 그때나 지금이나 맹지가 많은 특성 때문에 담보 가치가 낮아 은행권에서 외면받기 일쑤다. 이 때문에 산주들은 자금이 필요할 때 손을 벌릴 곳이 없었다. 그는 산주 입장에서 임야를 재평가해 대출을 확대했다. 임야의 잠재력을 평가해 산주들에게 금융혜택을 주는 이른바 ‘산림 금융기법’을 도입하자 고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취임 초기 적자를 간신히 모면했던 홍천군산림조합 경영상태는 연간 20억원의 흑자를 내는 우량 조합으로 탈바꿈했다. 직원들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개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단체보험에 가입하는 등 조합 운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자 흑자 폭은 점점 커졌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근무하면서 조합 규모는 눈에 띌 정도로 개선됐다. 전국 142개 조합이 우수 경영기법을 배우겠다며 앞다퉈 홍천군산림조합을 찾았다.

조합 운영의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2004년 산림조합중앙회 상임감사에 당선됐으며 3연임에 성공했다. 상임감사 시절 1만원이 넘는 밥을 먹지 않았으며 규정을 어기지 않고 운영한 조합에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통상 3년 임기만 채우던 감사직을 3연임 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산림경영인협회 이사와 한국감사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2007년에는 신지식임업인으로 선정되는 등 임업 분야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서경석 전 산림조합중앙회 감사 /2026.04.13 홍천=남정탁 기자
서경석 전 산림조합중앙회 감사 /2026.04.13 홍천=남정탁 기자

서 전 감사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식목일을 제정하는 데 결정적인 조언을 한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산림조합중앙회의 초청으로 방한한 인도네시아 산림부 장관에게 우리나라의 식목일을 소개했다. 인도네시아에 나무 심는 날을 정해 국가적 행사로 발전시킬 것을 권유했고 실제 이를 도입·집행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상임감사를 마친 그는 고향인 홍천의 숲속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특히 요즘엔 우리나라의 임목 활용 상황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979년 목재 관세 철폐로 국산 목재는 설자리를 잃었다. 산에 심은 나무의 지주목조차 수입산이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 목재 자급률은 15%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목재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정책이 시급하다.

서 전 감사는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숲을 1차 산업에서 벗어나 ‘치유와 관광의 공간’으로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나무를 베어 펠릿이나 톱밥을 만드는 방식만으로는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의 결과물일까. 서 전 감사는 나무를 활용한 ‘산림벤처가’라는 미지의 숲을 헤쳐나가고 있다. 그는 제일 먼저 어릴 적 상상을 현실로 옮겼다. 첫 번째 완성품이 트리하우스다. 인생이모작은 나무 위에서 시작해 성공시켰다. 그동안 살아있는 나무 위에 지은 집인 트리하우스는 국내법상 건축물로 인정받지 못해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15년 포항 지진 이후 강화된 내진 설계 기준을 충족하며 국내 최초로 트리하우스를 정식 건축물대장에 등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일반적으로 집을 지은 나무가 해를 입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집이 있는 나무가 더 건강하게 자랍니다. 아마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다 트리하우스 이용객들이 주변 잡초를 밟아 영양 경쟁을 없애주니까 나무들이 더 싱싱해진 것 같아요. 사람의 숨결이 나무를 단단하게 성장시켜준다고 봅니다.”

국내에 트리하우스 캠핑문화를 처음 만들어낸 그는 요즘 간벌목을 활용한 AI 스마트 벌통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기후 변화와 병해충으로 꿀벌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벌통에 첨단 기능을 접목시켰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벌통은 양봉업자들이 꿀을 편리하게 채취할 수 있게 만든 사각 상자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는 꿀벌에게는 최악의 환경이다.

서경석 전 산림조합중앙회 감사 /2026.04.13 홍천=남정탁 기자
서경석 전 산림조합중앙회 감사 /2026.04.13 홍천=남정탁 기자

그는 자연 상태의 벌들이 동그란 형태의 나무 속에 사는 것에 착안해 소나무와 참나무 등 간벌목을 활용한 벌통을 만들었다. 나무 속을 파낸 벌통에 정밀 센서와 제어 시스템을 설치했다. 센서가 날씨와 천적의 침입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문을 조절하고 냉난방을 가동시킨다. 벌을 키우는 임업인들이 여행을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벌통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 전 감사가 만든 벌통에서 키운 벌들은 스트레스가 줄고 면역력이 높아 폐사율이 현저하게 낮다. 첨단 스마트 벌통 상용화를 위해 그는 코딩을 직접 배웠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유명한 아두이노와 AI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 당시 소나무와 낙엽송 등 침엽수림을 많이 심어 울창한 산림에도 불구하고 산림수입국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제 마지막 꿈은 나무에 AI를 접목한 스마트 벌통을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수출하는 것입니다.”

그는 스마트 벌통을 수출하기 위해 지난해 알리바바 본사에서 연수를 받으며 해외 판로 개척의 노하우를 익혔다. 그가 만든 AI 스마트 벌통은 다음달 충북 음성군농업기술센터에 처음으로 납품된다. 스마트 벌통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수출길을 트겠다는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서경석 전 산림조합중앙회 감사 /2026.04.13 홍천=남정탁 기자
서경석 전 산림조합중앙회 감사 /2026.04.13 홍천=남정탁 기자

서 전 감사는 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며 꿀벌을 지키기 위해 산에 밀원수를 심었다. 또 꿀벌을 이용한 치유산업인 ‘아피테라피’를 통해 새로운 산림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숲과 사람을 잇는 가교 역할에도 열정적이다. 그는 임업인과 일반인에게 그동안 보고 배운 경험을 열심히 전파하고 있다. 그의 숲속 작업장에는 매년 1000여명의 임업인이 찾고 있다. 또 대학과 산림조합중앙회 교육원에서 산림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산림 자원에 관광과 치유, 첨단산업을 결합하면 성공적인 산림경영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하는 서 전 감사. 임업전문가에서 산림벤처사업가로 또 한번 변신을 꾀하고 있는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위세가 세지는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은행나무, 굴참나무 같은 내화 수종을 심어 산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양적인 조림에서 벗어나 질적인 산림 경영이 필요한 때”라고 힘줘 말했다.

 

서경석 전 산림조합중앙회 상임감사는…●강원 홍천 1958년생 ●강원대 대학원 부동산학 박사 ●홍천군산림조합 10대 조합장 ●산림조합중앙회 9·10·11대 상임감사 ●(사)한국감사협회 명예회장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2021년) ●저서 ‘내손으로 짓는 황토한옥’, ‘트리하우스, 숲에서 행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