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간 환경미화원 100명 중 98명이 최소 몸의 한 군데 이상에서 통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리와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3곳 이상에서 통증을 느꼈다고 답한 환경미화원도 47.8%(256명)로 절반에 가까웠다.
근골격계 질환은 환경미화원의 산업재해 가운데 직업성 질환으로 가장 많이 이어지는 질환이다. 무거운 쓰레기와 수거함을 들어 올리고 던지는 작업과 하루 수만 보에 달하는 활동량, 안전화를 신고 뛰거나 차량에 오르내리는 동작 등 무리한 반복 작업 특성이 신체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16일 세계일보의 ‘환경미화원 안전·건강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아프거나 불편한 부위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28명으로 전체의 2%에 불과했다. 환경미화원들이 가장 자주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낀 신체 부위는 허리와 어깨였다. ‘최근 일주일간 아프거나 불편했던 신체 부위(복수 응답)’를 묻자 허리와 어깨가 각각 28%(368명)와 26%(348명)로 가장 많았고, 손·손목은 23%(299명), 발·발목은 13%(176명)로 뒤를 이었다.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다는 50대 주간 근무 환경미화원은 “1시간에 걷는 걸음 수가 평균 4300보로 하루 3만보 이상 걷는 날이 주 3~4회”라고 답했다.
수거 현장에서는 무거운 쓰레기봉투와 수거함을 두 팔로 들어 올려 던지는 동작이 반복된다. 야간에 일하는 한 40대 환경미화원은 “종량제 봉투를 최소 50ℓ, 음식물 쓰레기통도 최저 10ℓ로 낮추길 바란다. 무거운 걸 들다가 다치는 사고가 제일 많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내용물 무게가 일정하지 않고, 일반 종량제 봉투 역시 75ℓ만 돼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호소했다. 지자체별 100ℓ 종량제 봉투를 폐지하는 추세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무게 부담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상차원의 경우 하루 수만 보를 걷는 고강도 이동 노동이 이어진다. 안전화를 신고 뛰거나, 조수석이 높은 차량에 오르내리는 일도 잦다. 현장에서는 무릎 보호대나 손목 보호대를 착용한 환경미화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신체 부담은 재직 중 진단받은 질환을 묻는 문항에서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반수 이상인 54%(290명)가 근무 중 허리디스크, 어깨 회전근개 파열, 무릎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을 진단받았다고 답했다. 근골격계 질환 다음으로 많이 응답한 문항은 심혈관계 질환이다. 고혈압·협심증·심근경색 등을 진단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0%(51명)였다. 당뇨 등 대사질환은 6%(30명), 피부병은 4%(23명)로 집계됐다.
심혈관계 질환은 수면 시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일주일간 평균 수면 시간’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5%(295명)는 ‘4시간 이상 6시간 미만’이라고 답했다. 적정 수면 시간으로 알려진 7시간에 못 미치는 수면을 취하는 이들이 절반을 넘은 것이다. 4시간 미만 수면도 4%(19명)였다. 6시간 이상 8시간 미만 수면은 39%(206명)였고, 8시간 이상 충분히 잔다고 답한 비율은 3%(15명)에 그쳤다.
특히 민간 대행업체에 소속된 환경미화원들에게서 평균 수면 시간이 짧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민간 대행업체 소속 392명 가운데 6시간 미만 수면을 취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31명(59.0%)에 달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단·공사의 경우 91명 중 64명(70.3%)이 6시간 미만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반면 지자체 직영은 46명 중 21명(43.4%)만이 6시간 미만 수면이라고 답했다. 직영과 대행 업체 간 수면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어떻게 조사했나
세계일보가 실시한 ‘환경미화원 안전·건강 실태 설문조사’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9일까지 20일간 온라인 설문조사 플랫폼 ‘네이버 폼’을 이용해 진행했다. 총 536명의 환경미화원이 응답했으며 통계값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2%포인트다. 조사는 전국 민간 대행업체 노동조합과 회원 수 6만여명의 네이버 카페 ‘환경공무직연합’의 도움을 받았다. 설문지 구성은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가 자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