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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노린 ‘팍스 실리카’… “비시장적 관행 공동대응”

입력 : 2025-12-14 17:48:47
수정 : 2025-12-14 17: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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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등 참여 서밋서 선언문 채택
中 AI 굴기 막으려 ‘닫힌 동맹’ 전략

한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미국 주도의 인공지능(AI) 공급망 동맹체 ‘팍스 실리카’가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다짐하고 비시장적 관행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우방국을 규합한 AI 중심의 협력 구상을 공식화해 중국을 배제한 ‘닫힌 동맹’을 형성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안보 협의체인 ‘팍스 실리카’의 첫 회의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됐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왼쪽에서 네번째)도 참석했다. 외교부 제공

미국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8개국과 첫 팍스 실리카 서밋을 열었다. 팍스 실리카는 평화를 뜻하는 라틴어 ‘팍스(Pax)’와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카’를 결합한 명칭이다.

참가국 중 UAE와 네덜란드를 제외한 총 7개국은 이날 회의 합의사항을 반영한 팍스 실리카 선언에 공동으로 서명했다. 이들은 선언에서 “경제 안보를 위해서는 강압적 의존을 줄이고 공정한 시장 관행을 준수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공급업체 간 새로운 연결 구축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혁신과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비시장적 관행에 대응하고 민간 투자를 과잉생산 및 불공정 덤핑 관행 등 시장 왜곡으로부터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은 또 협력 강화 분야에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앱) 및 플랫폼, 데이터 인프라, 반도체, 광물 정제·가공, 에너지 등을 포함했다. 이어 “정보통신 기술 체계, 광케이블, 데이터 센터 등에서 신뢰 기반정보 네트워크를 구축·운영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무부가 공개한 팍스 실리카 구상 설명자료(팩트시트)를 보면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팍스 실리카 출범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주도의 경제 질서를 확고히 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최근 고강도 제재가 오히려 기술 자립을 부추겼다는 현실론을 반영해 중국을 다시 자신들의 기술 생태계에 가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통제 이후에도 자체 메모리, AI 칩 생산에 성공하는 등 빠른 속도로 독자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형성한 만큼 이번엔 동맹국을 모두 규합해 중국의 굴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노림수다.

특히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 공급망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 동맹국들과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 결과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59%, 희토류 정제의 91%를 담당하고 있다.

팍스 실리카 참여국들은 세부 분야별 실무그룹을 구성해 구체적인 협력 과제들을 조율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