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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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쟁 휘말린 인권위, 업무 처리율 ‘뚝’

입력 : 2025-12-14 20:00:00
수정 : 2025-12-14 17: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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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尹 방어권’으로 시작한 내홍
위원 인사·안창호 논란 이어져
진정 처리율 88%… 1년 새 15%P↓

국가인권위원회의 올해 진정 처리율이 87.7%로 지난해보다 15%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가 올해 초부터 정치적 갈등에 휘말리며 업무에 차질을 빚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4일 인권위가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올해 1월1일부터 8일까지 총 1만54건의 진정 사건 중 8814건을 처리, 처리율은 87.7%에 그쳤다. 지난해 102.2%, 2023년 112.5%, 2022년 97.4%와 비교해 낮아진 수치다. 진정이 해를 넘기는 경우도 있어 인권위는 접수한 것보다 더 많은 진정을 처리해왔으나 올해는 추이가 깨졌다. 처리율 하락 원인은 인권위 내부 운영 체계의 악화로 지목된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77주년 2025 인권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려다 인권단체 회원들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용원 상임위원이 담당하는 침해구제 제1·2위원회(1·2소위)는 12일까지 각각 8회, 10회 열렸는데, 2021년부터 매년 10번 이상 열린 것과 비교해 적은 빈도다. 두 소위의 처리 건수도 감소했다. 지난 3년간 매년 1000건 이상을 처리해온 1소위는 8일 기준 753건을 처리해 지난해(1183건)의 63% 수준에 그쳤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조는 인권위가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서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올해 초부터 정치적 갈등에 휘말렸다.

특히 지난 1월13일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안건은 야당 의원들 반발을 불렀다. 안건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인권위에 난입해 아수라장이 된 사태 끝에 2월10일 의결됐다. 이 과정에서 김 상임위원이 탄핵 인용 시 헌법재판소를 ‘부숴 없애야 한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확산했다.

사진=뉴시스

인권위원 인사를 둘러싼 여야 대립도 계속됐다. 국민의힘이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와 비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우인식 변호사 선출안은 8월27일 더불어민주당 등 반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 교수는 차별금지법 반대 단체인 복음법률가회 실행위원을 지낸 인물로 과거 “트랜스젠더는 정신질환”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우 변호사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윤 전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로 수사받은 이광우 전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을 변호한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안창호 인권위원장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안 위원장은 차별금지법과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인권위의 기존 입장과 다른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