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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도 쓴 ‘아빠 출산휴가’…日 스포츠계로 번질까

기사입력 2025-05-02 13:13:37
기사수정 2025-05-02 13: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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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인기 스타인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가 최근 득녀 시 출산휴가를 쓴 사실이 주목을 받으면서 ‘아빠 출산휴가’ 제도가 일본 스포츠계에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타니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마이애미와의 홈 경기에서 7호 홈런을 기록, 딸이 때어난지 열흘 만에 첫 아치를 그렸다. 이날 경기 후에는 자신의 딸에 대해서도 처음 입을 열었다.

 

오타니 쇼헤이. AFP연합뉴스

그는 “먼저 건강히 태어나 줘서 고맙다. 잠이 조금 부족해진 것 같지만 기분 좋은 수면부족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특별히 힘들지는 않다”며 웃어 보였다.

 

이날 경기 전에도 병원에 들렀다가 구장에 왔다는 오타니는 “(매일의) 리듬 자체는 역시 조금 달라졌다”며 “홈 경기 때는 물론 내가 (아내와 딸 곁에) 있을 수 있지만, 원정경기 때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조금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오타니는 딸 이름을 정했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 공개할 생각은 없고 팀 동료나 지인들에게는 알리고 있다”고 했다.

 

앞서 오타니는 인스타그램에 갓 태어난 딸의 발을 어루만지는 사진과 함께 “건강하고 아름다운 딸을 낳아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내 딸에게는 우리를 매우 걱정 많은 부모로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글을 올려 득녀 소식을 알렸다.

 

오타니 쇼헤이 인스타그램 캡처

당시 오타니는 MLB의 출산휴가 제도를 사용해 텍사스와의 원정 3연전에 결장하기도 했다. MLB에는 아내가 출산할 때 엔트리 말소 없이 최대 3일간 휴가를 쓸 수 있는 규정이 있다. 휴가가 끝나면 바로 경기에 뛸 수 있다. 이대호도 MLB 선수 시절 썼을 만큼 보편화된 제도다.

 

KBO리그에도 이와 유사한 경조 휴가 제도가 2019년 도입됐다.

 

그러나 일본 프로야구(NPB)에는 아직 이 같은 제도가 없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NPB에서는 1군 선수가 출산 때문에 경기에 뛰지 못한다면 일단 등록을 말소했다가 열흘 후 다시 등록하거나, 1군 등록 선수가 한 명 부족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4월23일 지바 롯데 말린스의 우완 투수 이시카와 슈타가 출산을 앞두고 경기에 뛸 수 없게 되자 요시이 마사토 감독은 일단 엔트리에서 이시카와를 뺄 수밖에 없었다. 이시카와는 빠르면 3일 1군에 복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NPB 선수협의회는 최근 MLB처럼 엔트리 말소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출산휴가 제도 도입을 요청했다.

 

일본 럭비 리그원에서도 출산휴가 제도가 명문화할 전망이다. 선두를 달리는 사이타마 파나소닉 와일드 나이츠의 주전 공격수가 둘째 출산을 앞두고 휴가를 요청한 일이 계기가 됐다.

 

리그원에서는 킥오프 48시간 전까지 출전 선수를 등록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부상의 경우 ‘의학적 진단서’를 제출해 엔트리를 변경할 수 있으나, 출산의 경우는 따로 정해진 게 없어 리그 내에서 “이번에 명문화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올라왔다고 한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는 경기 시작 2시간30분 전까지만 벤치에 들어갈 20명의 선수 명단을 제출하면 된다. 따라서 엔트리 교체가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J리그 관계자는 아사히에 “선수로부터 출산에 입회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으면, 각 클럽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