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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 李 유죄취지 파기환송… 승복하고 정쟁 자제하길

기사입력 2025-05-02 00:00:32
기사수정 2025-05-02 00: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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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국토부 협박 발언은 허위” 판단
사법리스크 재점화돼 대선 정국 혼미
민주당 강력 반발, 법치 부정은 안 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원심의 재판단 및 재상고심 확정판결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 후보의 피선거권에는 영향이 없고 6·3 대선 출마에도 지장이 없다. 하지만 대선을 33일 앞두고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돼 대선 기간 내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핵심 실무자인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다는 주장과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용도를 변경했다고 한 발언 등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2022년 기소됐다.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후보 발언이 행위가 아닌 인식이어서 허위사실 공표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12명 중 10명의 다수의견으로 1심 재판부 손을 들어줬다. 김 처장과의 골프 사진이 조작됐다,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는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라고 봐서다. 정치인의 표현의 자유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이내여야 하고 선거인 판단을 그르칠 정도의 허위사실 표명은 불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이 상고심 선고를 서두른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기소 후 1심 선고에 799일이나 걸렸는데, 대법원은 상고심을 항소심 후 36일 만에 선고해서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선거법 재판 신속 조치’를 강조해왔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적시 처리를 도모했다”고 밝혔다.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은 바람직하다. 과도한 억측으로 혼란을 키워선 안 된다.

 

대선을 앞두고 판결에 대한 희비가 엇갈려 정치권의 극한 대치가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명백한 대선 개입” “사법 쿠데타”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후보의 대선 출마가 막힌 것도 아닌데, 법치주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표현은 도를 넘은 것 아닌가. 국민의힘이 “후보직 즉각 사퇴”를 주장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든 사법 판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국가적 혼란이 증폭된다. 모두가 사법부의 최종 판결에 승복하고 정쟁을 자제해야 한다. 그것이 법치를 지키고 소모적인 국론 분열을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