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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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경 이제서야 국회 통과, 금리 인하는 실기 말아야

기사입력 2025-05-02 00:00:02
기사수정 2025-05-02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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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보다 1조6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양당이 한발씩 물러나 모처럼 협치 성과를 낸 건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추경이 애초보다 증액됐다지만 내수·경기침체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규모 자체로는 성장률 기여 효과가 0.1%포인트 남짓에 그친다. 용처도 산불 관련 구호금과 생계비, 검찰과 감사원 특정업무 경비처럼 예비비 복원이나 일회성 사업들이 많다. 민주당이 집착해온 현금살포 성격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에는 4000억원이 배정됐다고 한다. 이 사업은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하고 지방자치단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래서는 추경의 마중물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나라 곳간만 축내는 게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미 때를 놓쳤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지난해 말 정부 예산안보다 4조원 넘게 삭감한 초유의 감액예산안을 처리한 후 추경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예산 조기 집행이 먼저라며 미적댔고 양당은 밑도 끝도 없는 정쟁으로 허송세월했다. 그사이 경제는 피멍이 들 대로 들었다. 올 1분기 성장률이 0.2%의 역성장을 기록했는데 4개 분기 연속 0.1%를 밑돈 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미국발 관세충격까지 본격화하면서 내수와 수출이 동반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내외 예측기관들도 앞다퉈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고 한국경제가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 터널에 갇혔다는 비관론도 퍼지고 있다.

 

이제 비상한 각오로 경제와 민생위기 극복에 가용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할 때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국민이 추경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신속집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필요하다면 차기 정부 출범 이후 재정 여건·경제 상황 등을 봐가며 추가 추경편성을 검토해야 한다. 한국은행 역시 더 늦기 전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물론 재정·통화정책만으로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산업전략 재편도 서둘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 교육혁신 등 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을 확 바꿔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