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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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호리꽃등에

기사입력 2025-05-01 23:38:21
기사수정 2025-05-01 23: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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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꽃’을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꽃은 또 나비, 벌과 같은 화분매개곤충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파리’ 들도 화분매개곤충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흔히 파리라 하면 ‘화분매개’가 아닌 지저분한 ‘전염병 매개’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도 생태계에서 분해자의 임무를 맡은 중요한 일원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며 불쾌한 이미지로 각인된 파리 종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15만 종이 넘는 파리 중 약 6%에 불과하다.

그 많은 파리 종류 중에서도 꽃과 뗄 수 없는 종들이 있는데 영어로는 ‘Flower fly’라는 이름을 가진 ‘꽃등에’이다. 파리 중에서 단연 가장 화려한 색과 모양을 자랑하는 꽃등에는 전 세계적으로 6000여 종이, 우리나라에는 257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파리들과는 달리 오직 꽃의 꿀과 꽃가루를 섭취하며 살아간다. 꿀을 먹는 파리들은 비행 능력이 뛰어나고 움직임이 많은 경향을 보이는데, 이에 따른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당이 많은 꿀과 꽃가루에 포함된 단백질을 먹이로 선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른 봄에서부터 늦가을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리꽃등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꽃등에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작은 크기에 가늘고 긴 배를 가지고 있다. 주로 노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색깔과 모양으로 인해 벌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피하려는 생존 전략일 뿐 벌의 침과 같은 무기는 가지고 있지 않다.

주황색 바탕에 검은색 띠를 가진 성충은 꿀을 먹느라 이꽃 저꽃 날아다니며 자연스럽게 꽃가루받이를 하고, 납작한 젤리처럼 생긴 유충은 진딧물을 잡아먹는 등 식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이로운 존재인 것이다.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들의 숨겨진 면모를 알아가고 이해를 넓혀 가는 것, 그것이 결국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