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3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챔프전·7전 4승제)은 서울 SK ‘플래시썬’ 김선형(37)에게 아픔이었다. 당시 2년차였던 김선형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친 뒤 울산 현대모비스와 챔프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김선형은 현대모비스 양동근(44)과 맞붙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김선형이 잠잠했던 SK는 현대모비스에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내리 4패를 당했고, 김선형은 자신을 꽁꽁 묶은 양동근이 만장일치 챔프전 MVP를 차지하는 장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2년 전이 생각나네요. 그때 패배가 자양분이 됐습니다.” 김선형이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로농구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뼈아픈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창원 LG 양준석(23)이 “(김)선형이 형보다 내가 패스와 수비가 낫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김선형은 “챔프전에 처음 올라왔을 때 느낌을 내가 잘 안다”며 “여기까지만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첫 챔프전의 압박이 어떤 것인지 몸소 느끼게 해주겠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양준석은 “학창시절 선형이 형이 챔프전에서 뛰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나도 꼭 저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우리가 전승으로 이기겠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때 SK처럼) 1승도 못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처럼 5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시작되는 챔프전을 앞두고 두 팀 간 신경전이 팽팽했다. LG 유기상(24)이 먼저 “정규리그에서 SK와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며 “챔프전 상대로 SK가 (KT보다)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LG는 올 시즌 SK에 1승5패로 열세지만 6경기 평균 득실 차가 2.3점에 불과할 정도로 SK를 괴롭혔다. 이에 질세라 전희철 SK 감독은 “LG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며 “챔프전에서 우리가 절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상현 LG 감독은 “아셈 마레이(33)가 없을 때도 SK를 상대로 잘 싸웠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 감독은 챔프전 전략으로 리그 최고 득점원인 자밀 워니(31)에게 집중하는 “워니 고(Go)”를 예고했다. 올 시즌 워니는 평균 22.6점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조 감독은 “마레이가 워니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음을 보였다. 마레이가 버티는 LG는 올 시즌 리그 최소 실점(73.6점)을 기록했다.

우승 시점을 놓고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전 감독은 “홈에서 우승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겠다”고 장담했고, 조 감독은 “4차전에 홈에서 우승할 수 있지만 이대로 끝내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6차전에서 마무리하겠다”고 받아쳤다.